自由

나는 늘 자유로운 삶을 원했지만 막상 그 자유로움이 내 하루를 가득 채울 때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혼자 붕 뜬 것만 같아서.

Romantic 5

[romantic #5]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꽃이 추락하는 날마다 새들은 치솟는다는 소문이 떠돌고창밖엔 하얀 유령들만 날렸다 네 평 남짓한 공간은 개의 시차를 앓고핏줄도 쓰다듬지 못한 채 눈을 감으면 손목은 파도의 주파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불타는 별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 심장 끝에서 은하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안다늙은 항성보다 천천히 무너져가는 지구라면 사각의 무덤 속에는 더러운 시가 있을까흙에서 비가 차오르면 일 초마다 꽃이 지는 순간 육십 초는 다음 해 꽃나무 퍼지는 담배 향을 골목에 앉아 있는 무거운 돌이라 생각해보자얼어붙은 명왕성을 암흑에 번지는 먼 블랙홀이라 해보자천국은 두 번 다시 공전하지 못할 숨이라 하자 이것을 혁명이자 당신들의 멸망이라 적어놓겠다 몇백억 년을 돌아서 우주가 녹아내릴..

[romantic #4] 오월의 청춘

희태의 기도문주님, 우리 앞에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어렵게 맞잡은 이 두 손 놓지 않고 함께 이겨낼 수 있기를.무엇보다도 더 힘든 시련은 명희씨 말고 저에게 주시길.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명희의 기도문주님. 예기치 못하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 이의 삶이 잠기지 않게 하소서.혼자 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현재, 희태의 편지어김없이 오월이 왔습니다. 올해는 명희씨를 잃고 맞은 마흔 한 번째 오월이에요.그간의 제 삶은 마치 밀물에서 치는 헤엄 같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빠져 죽어보려고도 해봤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 다시 그 오월로 나를..

[Romantic #3] Canada

Waking up in your bed 네 침대에서 잠을 깨는 아침 It's almost like I've been here forever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것처럼 익숙해 I'm obsessed with your brain 난 니가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좋아 And I'd unfold it if you let me 할 수만 있다면 뇌를 분석해 보고 싶어 ​ What if we move to Canada 우리 그냥 캐나다로 이사 갈까? And buy some things we don't need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조금 사고 Bring your mother's dog 너네 엄마 강아지도 데리고 가자 Your paintbrush and some candy 붓이랑 캔디도 조금 챙겨 And when..

[Romantic #2] 첫사랑, 여름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 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하며,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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