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7.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고 부르는 생명체는 많지만, 우리는 그것들의 존재를 잘 믿지는 않는다. 이렇게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괴물이기에, 괴물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종종 등장한다. 프랑켄슈타인도 마찬가지다. 프랑켄슈타인은 1816년 메리 셸리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유행했던 갈바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괴물의 탄생은 인류가 평생토록 염원했던 창조주의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일종의 처벌이었다. 메리 셸리는 시체들을 꿰매고 거기에 전류를 흘려 괴물이 살아 움직이도록 했다. 이렇게 탄생한 괴물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의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과 평생의 숙적을 맺게 된다.
이쯤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해보려 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시 메리 셸리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그는 공부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던 그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법을 알게 되고, 자신도 창조주가 되고 싶은 마음에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했다. 그러나 그것은 박사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는 이 괴물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었으며, 괴물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죽을 때까지 불행한 삶을 살았다.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은 서로에게 서로가 고통을 주어야만 하는(또는 죽여야만 하는) 존재였다. 또한,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고통이었다.
‘괴물’이라고 하는 것들의 공통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괴물은 늘 주인공을 괴롭히고, 주인공은 늘 괴물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결국은 괴물은 주인공에 의해 패배를 맛보고 스포트라이트는 늘 주인공의 몫이 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은 흔한 소설 속 괴물의 역할(주인공을 극적으로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벗어나 박사의 삶의 목적이 되었다. 괴물은 박사가 자신의 창조주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지녀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화가 나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괴물은 박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이를 없앰으로써 박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선사했다. 박사는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괴물을 죽이겠다는 복수심과 사명감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살아서 괴물을 죽이려 했다. 괴물 역시 자신을 책임지지 않는 박사에게 고통을 선사하기 위해 사람들의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숨어지내며 살아남은 것 같다. 소설의 끝부분에는 괴물이 박사의 마지막에 나타나 박사를 애도하는 장면이 나와 있다. 괴물은 평생에 걸쳐 자신에게 복수하려 했던 박사를 이해하며, 박사와 윌턴을 떠나보내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서로를 죽을 듯이 미워했지만 서로가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는 관계. 이렇게 바라본다면 괴물과 박사는 서로가 서로의 삶의 의미가 된 것 같다. 이걸 두고 운명의 수레바퀴라고 하는 걸까?
조금만 더 나아가 보면, 어쩌면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괴물의 측면에서, 박사는 ‘괴물’을 창조한 괴물이며 의도한 건 아니지만(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자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괴물이다. 그의 피조물도 마찬가지이다. 박사 주변 사람들을 모두 죽게 만들었지만 그의 천성은 사실 누구보다 선하다.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괴물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동반자이다.
우리는 과연 ‘괴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생김새가 험악하고 무섭다면 모두 괴물이고, 괴물과 맞서 싸우는 사람은 주인공이 되는 것일까? 우리가 말하는 ‘괴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주인공도 ‘괴물’과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이처럼 ‘괴물’을 정의하기 전에 우리는, 괴물과 주인공의 관계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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