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5.
하성란 - 그것은 인생
지하철이 철컹거리며 들어오는 소리, 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비루한 모습을 하고 구걸을 하는 소년의 모습. 그리고 그 소년의 뒤로 비치는 어린 동생의 잔상.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상상이다. 이렇도록 우리가 그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차고 넘쳤다는 것. 우리 사회는 그러한 아이들에게는 시리도록 차갑기만 하다. ‘가난은 죄다’라는 말을 반박하기 위해 지어진 듯한 이 책은 이러한 아픈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흔히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등 따신 사람들이 하는 배부른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들과 정말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취약 계층들은 항상 생각한다. ‘가난은 죄야.’
이야기 속 가스충전소의 불빛을 바라보는 아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방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가난에 지쳐서였는지, 집을 나간 지 오래였으며 아빠 역시 아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도록 하기 위해 집을 나가고, 오빠와 둘만 살고 있었다. 아이와 오빠를 옥죄어 오는 것은 하나씩 이루어지는 단수와 단전 조치. 그런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추운 것이다. 아이의 오빠는 구걸과 돈을 뺏는 생활로 겨우 돈을 벌어오고 있다. 아이의 오빠가 돈을 구하러 나간 사이, 아이는 추위와 공포에 몸을 떨며 가스를 켜다가 불을 내고 만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아이의 생사보다는 불이 났다는 그 사실을 구경거리로만 삼고, 아이들의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도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아이들의 속사정보다는 당장 벌어진 싸움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당장에 소비되기만 할 뿐 금세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만다. 사회는 약자의 편이 아니다. 현재 존재하는 복지 정책들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걸까?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행복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걸까? 정말 가난은 죄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난은 죄가 아니다. 사실 정말 죄가 있는 것은 우리 사회와 그들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사회는 정말로 이들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의 의무지만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사회의 밑바닥을, 우리는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함께 공감해야 한다. 사실은, 정말 겉만 번지르르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어쩌면 ‘나는 이들을 애도했으니까, 그들의 아픔에 공감한 거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들의 가장 가까운 사회는 바로 우리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이것이 곧 사회의 관심이 되며 이것이 바로 아이들을 불길 속에서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이다. 쓰다 보니 조금 뻔한 글이 된 것 같지만, <그것은 인생>이라는 소설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그것은 인생>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적으면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이야기 속 소년은 힘들고 험난하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한 번쯤은 힘든 일이 찾아온다. 어른들은 그것이 인생이라며, 힘든 일을 버티면서 우리가 성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힘듦이 인생이 되어버리면, 그것은 큰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행복을 바라면서 살지만,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면 결국은 지쳐버린다. 힘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 힘듦 뒤에 찾아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기대하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작가는 행복을 향한 아이들의 무한한 기다림, 그리고 그 속에서 받는 사람들의 동정, 그것을 인생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것은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라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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