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

나는 늘 자유로운 삶을 원했지만 막상 그 자유로움이 내 하루를 가득 채울 때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혼자 붕 뜬 것만 같아서.

배움/문학

[study #18] 서른: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se._.os25 2024. 9. 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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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5.

김애란 - 서른 (소설집 {비행운} 수록)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소설 <서른>은 대체로 우울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커버린 소녀가 고시원 생활을 하던 어린 날의 나를 되돌아보며 고시원 동기였던 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편지 속에는 왜인지 모를 쓸쓸함이 담겨있다. 과거의 순수했던 나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라 그런가. 아무튼 여기 담겨있던 많은 소설 중에서 가장 내게 와닿았던 소설이다. 그러나 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가난하고 힘들게 고시 준비를 해본 적도 없고, 다단계라는 것이 내게는 너무 먼일 같아서 이 소설은 내가 어떤 내용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지만 어떤 내용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상태였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시작하는 것이 더 부담되었다) 그러다가,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거나 들었던 막연한 느낌에 대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추상적일 수도 있으려나.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대부분이 자신의 청춘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순수했고 행복했던,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었던 그때. 우리는 그 순간을 청춘이라고 부른다(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모든 사람에게 청춘은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엄청 힘들게 고시 준비를 한다거나, 다단계에 빠져 사람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마다 자신의 사정 때문에 청춘을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그 청춘은 회상이라는 도구로 비로소 그 힘을 얻는 듯하다. 김애란 작가가 편지글 형식으로 이 소설을 쓴 이유는,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청춘이라는 아련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만약 이 글이 화자의 현재에 쓰여졌다면, 이 소설은 다단계에서 탈출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을 그리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화자가 괜찮은 것을 알기에, 지금 이것이 회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서른, 스물의 어린 티를 벗어난 나이. 서른이 추억하는 스물의 이야기는 아름답다.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보면 다 추억이야.”

어쩌면, 어른들이 항상 말하는 청춘의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겉으로 보았을 때는 진정으로 어린 티를 벗어나는, 어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나이이다(18살인 내가 판단하기엔 그런데, 어른들의 생각은 물론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서른이 된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서른의 내가 바라본 세상과 스물의 나를 생각해봤다. 학원가를 열심히 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미 옛날의 내가 겪어봤기 때문일 것이고, 하하호호 웃는 어린이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 아이들이 자라면 겨우 내가 되는 것이다. 겨우. 서른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순수함을 잃어버린 때 묻은 어른이 될 뿐인데. 이 이야기 속 순수하기만 한 혜미도 주인공과 같은 길을 걷게 된다. 다시 또 결국 내가 된다. 그렇게 반복된다. 이 소설이 슬프게 들리는 이유는, 이러한 반복 때문일 것이다.

 

 청춘은 항상 영원할 것 같지만,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하지만 영원히 기억된다. 소설 속 주인공 역시 과거의 순수했던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 가끔씩 꺼내 보며 순수함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뚜레쥬르 카드 같은 소중한 기억. 그것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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