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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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문학

[study #19] 우리는 늘 감시받고 있다

se._.os25 2024. 9. 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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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5.

구효서 -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다른 소설들과 다르게 군에서 취급되는 보고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특징에 재밌게 읽었던 이야기이다. 소설 속 피격자인 정길훈 일병은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처럼 보인다(사실 군에서는 이미 부적응자라고 여겨진다.) 그는 항상 혼잣말로 이상한 단어를 중얼거리고,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이상한 병사였다.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감시라는 단어, 가장 많이 했던 행동은 확성기를 바라보며 혼잣말하기. 겉으로 보았을 때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은, 사실 시스템을 모두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는 항상 시스템이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는 구조이다. 시스템이 깨지면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이성이 없는, 욕구로만 가득 차 있게 된다. 시스템은 사람을 통제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하며, 사건이나 사물을 시스템으로써 바라보게 한다(시스템으로 정의 내린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극대화된 장소가 바로 군대이다. 화장실이 모두 뚫려있어 서로의 성생활을 감시하고, 모든 개인 활동을 통제하여 사람들을 군대라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자 한다. 군대 속에서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정길훈 일병은 이걸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 확성기라고 생각했나 보다. CCTV로 모든 것을 감시하고, 확성기 하나만으로 모든 군대의 일들을 통제할 수 있다. 확성기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에 맞추어 군인들은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 정길훈 일병이 보초를 설 때 초소 쪽으로 총구를 돌린 이유는, 바로 군대의 이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시스템은 서로를 감시하는 목적도 있지만, 사회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시키는 역할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군대의 경우, 비상시에 그 효력이 발휘되도록 하기 위한 특수한 장치이다(물론 예전에는 군대 내의 인권 문제도 매우 많이 발생했지만 말이다). 민간인을 보호하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일화라는 일련의 과정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스템을 대체 정길훈 일병은 어떠한 이유로 비판하는 것일까? 단순히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단일화시킨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되지 않으려 하는 걸까?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니 특정한 포인트에서 피격자인 정길훈 일병은 그러한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길훈 일병이 유일하게 성적이 높았던 과목이 폭동진압훈련이라는 것 덕분이었다. 그는 폭동진압훈련이 가장 위선적이지 않은 과목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는 것은, 총부리를 국민에게로 돌리는 것이 위선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소설의 배경인 1991년은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로, 전두환 대통령 때의 6월 민주항쟁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기이다. 그렇기에 폭동, 즉 데모에 대한 정부의 대응 훈련이 여전히 중요했다. 국민을 향해 창을 돌리는, 초소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이것이 이두익 일병이 생각하는 군대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정부가 국가와 민족을 감시하도록 하는 체계.

 

 정길훈 일병이 맞았다. 이두익 일병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에게 찐 건빵을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국가로부터 감시당하고, 국가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파놉티콘: 감시에 가장 효율적인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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