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5.
전상국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기표’라는 인물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표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우상처럼 여겨지는 인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표와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재수파로, 평소 기표와 함께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대상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아이들은 기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것을 일종의 자랑(이라고 하기는 무언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딱히 맞는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기표가 선생님과 형우로 인해 한순간에 동정받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바깥에서 어떻게 비추어지는지에 따라(환경에 따라), 그 위치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가장 생각났던 것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책이었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그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인 엄석대 역시 기표와 비슷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고, 다른 아이들의 시험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도록 만들어 항상 전교 1등을 차지한다. 그러나 새롭게 부임한 담임선생님에 의해 이 모든 것들이 산산히 무너지고 만다. 석대와 기표는 모두 ‘일그러진 영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소설이 분명히 비슷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소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담임선생님과 같은 합법적인 폭력을 비판하기 위함이다. 물론 기표나 석대와 같이 불법적인 폭력이 좋다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법적인 폭력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석대와 기표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세상을 무너뜨린,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자.
과연 우리는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고 다니는 석대? 아니면 그 아이들을 ‘교화’의 길로 이끌어주는 형우와 담임선생님? 아니면 이들에게 끌려다니는 학생 1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옛날의 나였다면 형우와 담임선생님의 편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착하고 학교 교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주인공인 ‘나’와 같이 선생님께 나쁜 짓을 알려주는 역할도 어렸을 때 해본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랬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합법적인 폭력과 불법적인 폭력, 둘 다 무섭고, 둘 다 잘못되었다. 가장 읽기 쉬운 소설이었지만, 가치 판단이 정말 어려워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배움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tudy #22] 왜냐 선생이 허생전을 통해 가르치고 싶었던 것들 (1) | 2024.09.06 |
|---|---|
| [study #21] 허생전: 만약 허생이 한계를 벗어났다면? (5) | 2024.09.06 |
| [study #19] 우리는 늘 감시받고 있다 (0) | 2024.09.05 |
| [study #18] 서른: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0) | 2024.09.05 |
| [study #17] 만무방: 벽과 알, 구조와 나 (1) | 2024.09.05 |